5월의 먹부림 접시의 일상



은근히 많은 일이 있던 5월의 먹부림을 시작한다. 첫 사진은 어학원에서 만난 한국인 언니의 작품으로 장식해 본다.

수업이 끝나고 다른 언니 한 명과 함께 셋이 동시에 간 건데, 냉녹차 한 잔을 타 주더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한 후 무려 세 종류의 치킨을 뚝딱 만들어 냈다. 정말 마법처럼 순식간에 치느님을 내놓는 솜씨에 이날 얼마나 입이 마르게 칭찬을 했는지. 냄새는 또 엄청나게 기가 막혔다. 파닭을 해준다고 데려와 놓고 간장 소스, 양념 치킨에 식당에서 팔 것 같은 샐러드까지... 뭘 잘했다고 이날 호사를 누릴 대로 누렸다. 다 맛있었는데 난 간장 소스 치킨이 가장 좋았다. ♥

다 먹고 나서 남은 걸 싸주기까지 하는 언니의 인심에 감복하기도 했다. 이날은 내리 네 다섯시간 가량 수다 떨고 먹느라 입이 쉴 새가 없었다. 단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알코올이 함유 안 된 무 알콜 벡스Beck`s로 잘못 고른 것이다. 아쉬운 대로 칼링Carling 한 캔으로 달랬다.
 
축구를 결코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관심있어 하지는 않았던지라, 축구의 나라 영국에 와서 1년 남짓 살면서도 경기를 직접 보러 가려는 일련의 시도 따위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어학원 선생님이 아스톤 빌라Aston Villa의 골수팬인지라 학생들을 모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함께 경기를 보러 가자는 제안을 했다. 바르셀로나Barcelona를 방문했을 때마저 구장 근처에도 안 갔었는데, 이 나라를 뜰 때가 다 되니 비로소 아쉬운 마음이 드는지 예의 상 한 번 정도는 봐야 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아스톤 빌라가 A급 팀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수많은 축구팬들을 생각하니 맨날 방문하는 시내City centre에 위치한 전용 상점―(?) 적절한 어휘를 찾지 못하는 건 나의 부족함 탓임을 인정한다.―에 들어섰을 때도 괜시리 사진을 한 장 찍게 되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했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남자친구의 영향이 크다. 여느 남자들처럼 축구를 좋아하는 그는 이러이러한 게 있다, 설명하니 무조건 보러 가라고 했다. 저번에도 선생님이 비슷한 모임을 주선했는데, 그때는 아스톤 빌라가 져서 갔다 온 친구들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래서 이번엔 헐 시티Hull city인가 뭔가―축구에 대한 기본 상식 거의 없음. 엄청나게 유명한 선수의 얼굴과 이름, 유명한 팀 몇 아는 정도. 안다고 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임을 고백한다.―랑 하는데 승산이 있느냐, 했는데 그렇다고 했다. 이전까지 아스톤 빌라가 고전하고 있던지라 순위도 헐 시티보다 아래여서 불안불안했지만, 팔랑귀인 나는 남자친구의 확신어린 말에 보러 가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먹부림 포스팅에 관련 없는 사진들을 철판 깔고 여럿 잘도 올려 놓았다. 먹부림 포스팅의 본래 목적은 순전히 먹을 것을 포스팅하기 위함이었으나, 페이스 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그 어느 곳에도 일상을 올리지 않는 나는 시간이 갈수록 특별한 일상을 먹부림에 녹여내 보려는 욕심이 생겼다.
토요일이었다. 아무리 주말이어도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은 오랜만에 보는지라 사진으로 남겼다. 어느 정도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버밍엄Birmingham이지만, 내가 사는 도시라고 사진 찍기가 또 부끄러웠다. 뒤에 보이는 건물은 그 유명한(?) 버밍엄의 상징(?), 쇼핑 센터 불 링Bull ring. 이름이 그렇게 붙은 것은 홀리스터Hollister 건물 앞에 있는 황소 동상 때문일 것이다. 실은 나도 계란이 먼전지 닭이 먼전지 모른다.

아스톤 빌라의 홈구장에 왔다. 시티 센터에서 기차로 고작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

막상 경기장에 들어와서 뜨거운 열기를 느끼니 기분이 더 좋아지고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이날 빌라 응원곡을 하나 마스터했다.

선수 입장.

3 : 1로 빌라가 완승했다. 좋은 경기였다. 쉬는 시간에 일행과 기념 촬영했다.

돌아와선 바로 삼겹살 바비큐―우리 가족은 이렇게 따로 숯불에 구워서 먹는 모든 고기를 "바베큐"라고 부른다. 블로그 포스팅 전엔 항상 그 의미건, 맞춤법이건 틀리는 것을 조심해야 하기에 혹시 몰라 검색해 보았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바베큐"는 "바비큐"의 잘못이란다. 보통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릴 수도 있으나, 나는 하나 배웠다. 나도 참 피곤한 성격을 갖고 있다.―를 먹었다. 고기 양이 부족해서 창문으로 귀갓길의 나를 발견한 옆집 이쁜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밑반찬.

엄마가 담근 명이 장아찌. 장어가 간절히 생각나는 맛이다.

난 홍초 귀신.

충격. 20회 분량을 3회인가 4회만에 먹어치운 거였다니.

이상한 조합의 캐드버리Cadbury 초콜릿. 아몬드인지 뭔지 정확히는 모를 견과류와 콜라 젤리가 들어 있는 신개념(?) 초콜릿이다. 생각보다 맛은 괜찮았지만 다시 사먹고 싶진 않다. 더 맛있는 초콜릿들이 많으니까.

이곳에서 좋은 언니들을 많이 만났다. 계속 뭘 사주고 싶어하는 예쁜―이 형용사를 덧붙이는데 여자끼리 예쁘단 말은 안 믿는다던 어느 남자의 말이 떠오른다.― YJ 언니와 함께. 내가 마신 건 하이네켄Heineken. 그리고 딸기 어쩌구란 이름의 칵테일 피쳐를 시켰는데, 2/3를 내가 마시고 집에 가는 버스에서 잠을 잤다.

문제의 "그" 벤 앤 제리스Ben & Jerry`s 아이스크림.
 
어느 날 손님 초대했을 때 내가 선보인 별 것 아니지만 그럴 듯 해보이는 닭가슴살 샐러드.

약소한 어버이날 선물.

스페셜 K가 다른 씨리얼에 비해서 싼 것은 아닌데 맛은 별로라며 엄마는 매우 배척하지만, 나는 씨리얼 중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아, 이 색감. 그렇지만 아몬드가 같이 들어있는 것이 가장 맛있다.

명이 부침.

아직도 질리지 않고 여전히 맛있는 동태포 무침.

달래 간장과 외할머니 표 도토리 묵의 환상 조합.

그리고 난 데 없는 내 사진. 이 주 날씨가 한참 좋아서 반팔과 여름용 흰바지를 꺼내 입었었는데, 요즘은 다시 쌀쌀하다.

위 사진과 같은 날 촬영한 사진. 아는 사람은 알 수 있으려나, 집 근처 공원인 리키힐Lickey hills country park은 고사리 밭이었다. 영국을 좀 더 헤집고 다니다 보니, 천지가 고사리 천국이었다.

이게 내 뱃살의 어느 정도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주 4회는 디저트로 꼭 초콜릿이 들어있는 요거트를 먹었다.

YJ 언니와 갔던 펍은 우리 학원에서 5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여서 적어도 10번은 넘게 다녔던 것 같다. 이날은 또 나의 리드로 반 친구들을 다 모아 펍에 술 한 잔 하러 갔다. 똑같은 펍에서 같은 카테고리에 있던 칵테일 피쳐를 시켰는데 양을 이딴 식으로 주다니.

여탕. 이후에 셋이 더 왔지만 그 중 한 명만 남자였다.

술 좋아하는 애들은 칭따오로 두번째 라운드.

사람들은 아닌 척 하면서도 생각보다 오그라드는 걸 해 보고 싶은 욕망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이랬는데 그냥 막 내 얘기고. 막.

많은 반 친구들이 어학원 과정을 같은 날에 마치게 되었다. 예정대로라면 나도 마찬가지인데, 학원 홍보 동영상 나부랭이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상인지, 징벌인지 한 주 더 다니게 되었다. 여튼 그 기념(?)으로 지네 나라 음식을 만들어와서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한식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으로 고민을 하던 차, 그래도 김밥이 식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무난하지 않을까하여 준비해보았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건 이것이 엄마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 감사하므니당.

다른 한국인 언니가 가져 온 계란 말이.

오프닝을 장식했던 그분, 그분의 작품이다. 본 분야는 한식이라더니 잡채 하나를 또 기가 막히게 만들어 왔다. 외국인 친구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했다.

태국인 친구가 요리한 카레 닭꼬치. 역시 호평 일색. 나는 아래의 음식이 더 좋았는데...

그것은 바로 동일인이 가져 온 팟 타이! 마시쩡.

중국인 친구가 가져 온 닭 요리. 생긴 건 안동찜닭이랑 비슷한데 중국 요리에서 나는 특유의 향이 너무 강해서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안동찜닭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선생님인 Jai가―여기선 항상 이름으로 부르기에 선생님으로 칭하기가 참 어색하다.― 만들어 온 영국 요리 키쉬Quiche.

스위스 친구가 구운 머핀! 속에 누텔라ㅠㅠ가 들어있어서 하.. 말이 필요 없다.

이란인 친구가 가져 온 이름은 모르는 음식. 아몬드와 꿀로 만들어서 달달하니 맛잇었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한국인 언니는 맛동산과 맛이 좀 비슷하기도 하다고 했다.

솔직한 평으로는 맛이 없었던 이란 요리. 쌀로 만들었다는데 한국인의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는 듯했다. 귀엽게도 저 위에 쓴 건 지 이름이다.

한 상 푸짐.

끝나고 포토 타임.

그러고 보니 내가 센터. 그보다 나의 레드 립이 센터인듯. 사진 차암 잘 나왔다. 참고로 가장 왼쪽에 서 있는 아이의 이름은 그 이름도 대단한 "압둘라"임을 밝혀둔다.

100% 자연산.

잠깐 시간 여행하고 현재로 돌아 온 기분이다. 엄마의 감자 전. 얼마 전엔 순도 100% 내 손님 초대를 했는데, 그날 감자 전은 개중에 또 기가 막히게―이 말을 이번 포스팅에서 몇 번을 썼는지. 다이어트라면서 맛있는 걸 많이도 먹었다.― 돼서 호평이 자자했다.

무슨 종류든 카레를 참 좋아하는 나는 어느 펍에 가서 수많은 메뉴 중 당차게 카레를 시켜 보았다. 결과는 매우 만족. 이날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었고 레알 마드리드가 정말 극적인 4 : 1 역전승을 거두었다. 역시 좋은 경기였다, 라고 축구 문외한이 평가해본다.

아끼는 친구들 중에서도 참 아끼는 친구들인 리비아 소녀 두 명과 작별을 했다. 실은 이날이 작별 인사 날이었는데 다음 날 작은 선물을 들고 깜짝 방문을 해서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던 사랑스러운 친구들이다. 결혼 할 때 한국으로 초대하기로 했다. 그럼 난 그들만을 위한 Halal 음식을 만들어야지.

아참, 나의 어학원 생활도 끝이 났다. 아직 언제 한국에 닿을진 모르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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