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질나게 다녀오는 런던 다녀왔습니다



런던에 갔다 오면 항상 서울이 그립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서울 칭찬을 해대는 내가 또 런던 나들이를 다녀왔다.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여행하기엔 또 드럽게 비싼 곳을 네 차례나 방문한 핑계는 친구들 덕분이라고 해야겠다. 저번 코츠월드Cotswold 포스팅에 등장했던 MJ를 영국에서 10여개월 만에 처음 재회한 건 이날이었다. 연이은 런던 포스팅을 좀 쉬어갈까 해서 코츠월드 편을 먼저 작성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MJ를 방문한 건 런던에서 성 패트릭의 날St. Patrick`s day 행사가 열리는 날이자, 오랜만에 봄처럼 날씨가 기분 좋게 화창한 때였다.

첫 사진을 형편 없는―그렇지만 엄청난 허기 때문에 맛있게 먹은― 중국 뷔페 음식 한 그릇으로 장식할 수 없어 또다시 겸연쩍은 오프닝 사진을 두 장 마련해 보았다.

런던에 벌써 네 번째 방문이다, 라고 MJ에게 큰 소리 뻥뻥 쳐놓고는, 난 예정 시간 보다 1시간 이상 늦게 나타났다. 우리는 물가 비싸기로 소문난 런던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점심을 즐길 수 있는 중식 뷔페를 가기로 미리 정해두었다. 이름은 미스터 우Mr.Wu. 일단은 차이나 타운에 위치해 있어서 찾기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둘 다 미스터 우 앞에 도착했다며 통화를 하는데 서로를 찾을 수 없었다. 두 개가 있을 수도 있다, 고 MJ가 말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상영관 앞이라고 설명했지만, 런던이 아직 제 집이 아닌 MJ는 어딘지 몰랐고, 어떻게 해야 하나 궁리 끝에 모두가 아는 가까운 다른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안타까운 건 내 휴대폰의 배터리가 거의 죽어가고 있던 것이다. 스마트폰 없이는 길을 잘 못 찾는 나는 똥줄이 탔으나, 일단 엠앤엠 월드M&M`s World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침착하게 길을 찾기 시작했다. 기억을 더듬으면 찾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레스터 광장Leicester Square 근처에 있으니까.. 마치 영화처럼 전화를 끊은 뒤 바로 전원이 꺼졌다. 이어서 또 혼자 영화 찍듯 런던 시내를 뛰어 다니며 헤맸다. 차이나 타운을 끼고 한 바퀴 돌아, 눈에 익숙한 곳을 찾다 보니 드디어 레스터 광장이 보였고, 이어서 M&M 월드가 보였고, 수많은 인파 속에서 애타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 MJ가 보였다. 우리는 부둥켜 안았다.
알고 보니 내가 서 있던 미스터 우에서 불과 5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MJ가 나를 애타게 기다리던 그 중식당이 있었다.
이 식당에 대해선 우리의 극적인 이야기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식사 후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캠든 록 마켓Camden lock market에 도착했다.
나도 잘 아는 MJ의 절친한 친구들이 그녀의 바지를 보고 노동자 같다며 놀렸다는데..

되도록 저기 손가락 욕을 하고 계신 여인을 나오지 않게 하고 싶었으나.. 그녀와 그녀의 지인이 번갈아 가며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데 그걸 다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어 그냥 찍어버렸다. 그들의 원하는 모습은 "I don`t care, I love it!" 혹은 "I`m the crazy bitch around here.―개인적으로 이 가십걸 최고의 명대사의 한국어 번역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게 이 시장의 매력.

자칭 스타워즈 팬이라는 MJ가 감격했다. 나는 옆에서 눈만 멀뚱멀뚱.

그리운 고인, 히스 레저Heath Ledger와 MJ가 언급하기 전까지 전혀 관심 두지 않았던 유명한 영국의 포스터, Keep calm and Carry on.

이런 것들이 왜 내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 정말 이들이 매력적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미디어의 영향 때문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어쩌다 지하로 내려왔다.

스냅백에 이니셜을 새겨준다.

MJ는 탐을 냈지만 모자가 잘 안 어울리는 나―최근에 써봤는데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동안 쓰는 방법을 잘 몰랐던 것으로.―는 심드렁했다.

밖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운하 주변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맥주를 마시고, 수다를 떨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절묘하게 해가 지고 있었다. 그걸 보곤 오랜만에 내가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에 있구나,를 절감했다.

싸돌아 다니다 보니 밤이 되었고, 목적지였던 밀레니엄 브릿지Millennium Bridge, 아무 생각 없이 이 정도면 도착했겠지 하고 착각해서 동영상도 찍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은 워털루 브릿지Waterloo Bridge.

쑥스럽 + 어색한 한 컷.

밤에 보는 성 폴 대성당St.Paul`s Cathedral...의 일부.

MJ가 머물고 있는 호스티스의 집에서 즐겁게 머물고 다음 날이 되었다. 우리에게는 아무런 날도 아닌 성 패트릭의 날을 사람들이 즐기고 있었다.

내셔널 갤러리The National Gallery에 다시 왔다. 건물에 들어가는 길, 수많은 인파가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에 모여서 공연을 보고 있었다. 아일랜드의 수호성인이자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전도한 성 패트릭을 기념하는 날―위키 백과 참조―인 성 패트릭의 날에 런던에서 페스티벌이 크게 열린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내가 발견하지 못한 건지 별 특별한 게 없었다. 사람들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초록색 모자를 쓰고 벌건 대낮에 길바닥에 앉아 부어라 마셔라 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날 갤러리에서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로 작품을 감상하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저번에 보지 못했던 고흐의 해바라기도 얼마 간 줄을 선 끝에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MJ와 같은 어학원에 다니는 심심해 하는 오빠가 합류했다.

저녁을 먹으러 온 곳은 소호Soho에 위치한 유명한 브런치 맛집, The breakfast club. 이곳과 또 난 사연이 있다. 10월에 동생과 처음으로 런던에 나들이 왔을 때, 미식가인 동생의 검색으로 이곳을 처음 알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이름을 외우진 않았고, 동생을 따라갔었다. 점심시간에 맞추어 가보니 좁은 식당으로 보이는 이곳에 줄이 무진장 길었다. 몇 분 서 있다가 이런 일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동생을 설득했고, 우린 옆에 위치한 영화에 나올 법한 또다른 브런치 가게에서 식사를 했고, 가격과 맛 모두에 만족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고, 그동안 나는 페이스 북에서 요즘 꽤나 핫한―엄밀히 말하면 요즘은 예전보단 약간 인기가 식은― 한국 말 잘 하는 영국 남자의 페이지를 구독했다. 날이 갈수록 그의 행보가 내 눈엔 좋게만 보이지는 않아 처음에 열광했던 것만큼 좋아하진 않지만 그대로 두었었는데, 런던 맛집을 추천한다는 거다. 그가 극찬한 메뉴는 바로 내가 선택한, 애플 시나몬 프렌치 토스트?라는 이름으로 추정되는 메뉴였다. 비주얼이 하도 좋아서 이번에 꼭 여길 가겠다고 마음 먹고 식당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예전에 동생이 보여주었던 바로 그곳이었다. 홈페이지가 독특해서 쉽게 기억해낼 수 있었다.
이날도 실은 점심시간에 도전해볼까 해서 앞에 갔는데 줄이 엄청나서 그냥 맥도날드에서 빅 테이스트 버거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그리고 저녁에 왔더니 줄이 없어서 환호하며 안으로 입장했다.

MJ가 주문한 팬케익. 보이는 것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버터.

새로 알게 된 일행이 주문한 값비싼 잉글리시 브랙퍼스트English Breakfast. 내 생각에 이 음식은 저녁에 먹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다. 엄청난 칼로리를 자랑한다. 고작 한 접시에 1000kcal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동생은 이 음식을 사랑하다가 돼지가 되었다. 그는 운동을 좋아해서 망정이었지만, 나오는 배는 막을 수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영국남자가 꼭 가라고 추천할 정도도, 그렇게까지 줄이 길게 있을 만한 맛집도 아니었던 것 같다.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아주 만족하진 못했다. 가격대는 비싸지 않다. 팬케익과 토스트 모두 7 파운드대였다. 맛이 나쁜 편은 아니나, 아주아주 맛있는 건 아니었다. 우리나라 곳곳에 위치한 뚝심 있는 주인장들이 운영하는 매력적인 카페에서 더 훌륭한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메뉴를 균형있게 시켜서 일행끼리 나눠 먹는다면 좀 더 나은 식사가 될 수도.

둘 사진이 하나도 없어서 일행에게 부탁한 사진. 끝-

140315-16



덧글

  • 라비안로즈 2014/04/30 10:55 # 답글

    무슨 핫케이크 위의 버터가 아이스크림마냥 올라오는건가요 ㅎㅎㅎㅎ
    매우 느끼했을것 같애요...
  • 마나님 2014/05/01 02:33 #

    저랑 제 친구도 보자마자 아이스크림이다! 했는데 버터.... 그래도 꽤 가벼운 느낌의 버터라서 다행이었어요. ㅎㅎ
  • 엘체이 2014/05/02 08:31 # 답글

    미디어 영향 때문인지 내가 그리 느끼는 건지 ㅎㅎ동감해요 런던은 비싸고 또 비싸고 사람들도 그리 친절하지는 않은데가 출입국심사대에서 매우 안좋은 기억이 있지만 이상하게 다시 찾게되는 콧대높은 까칠한 매력쟁이에요 ㅋ 저에겐 런던매력이 공연예술분야 땜에 더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 마나님 2014/05/03 01:51 #

    ㅋㅋㅋㅋ이상하게 다시 찾게 되는 매력쟁이라는 말에 공감해요 또 저도 런던이 문화 생활 영위하기 좋은 도시라 매력 느끼기도 했고요 ㅎㅎ
  • beautifulseed 2014/05/04 00:20 # 답글

    저도 요즘 영국남자라고 올리는 분 별로 마음에 안들어요 ㅠㅠ 처음엔 좋았는데 요즘에는 초반하고는 좀 다라진거같아서 ㅜㅜ
  • 2014/05/04 06:3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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