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건 있다고 파리 지도에서 바스티유 광장이 눈에 들어왔고, 동생이 비웃었지만, 이곳은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바스티유 광장 주변은 생각보다 낡고 더 서민적인 곳이란 느낌이 강했다. 마치 우리나라 종로에 있는 시장 느낌? 웬걸, 바로 옆에 우리나라와 별다를 것 없는 지극히 서민적인 시장이 있었다. 시장을 굉장히 좋아하는 우리 부모님을 따라 자연스레 시장 진입..
그 다음 목적지는 기대 만빵이었던 뤽상부르 공원Jardin du Luxembourg! 파리지앵의 휴식처이며, 수많은 블로거들과 지인마저도 추천을 마지 않았던 그곳! 다른 곳들과 많이 떨어져 있어서 걸어가는데 힘이 들었다. 파리에서 머무는 동안 숙소에서 중심부까지 갈 때는 지하철을 탔다. 하지만 하루의 일정은 서로 다른 관광지들이 도보로 충분히 갈 수 있는 정도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하여 몰려있는 곳을 한번에 보는 식으로 일정을 짰다. 개중에 뤽상부르 공원은 예외적으로 좀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곳. RER B선을 타면 갈 수 있었는데, 우린 파리의 지하철을 잘 모른나머지 갈아타는 범위를 넘어선 노선이라고 단정짓고 걸어서 가기로 했다. 나중에 보니 이름만 조금 색달랐을 뿐, 충분히 갈아타고도 남는 평범한 노선. 지하철이 너무 후져보여서 파리를 너~무 과소평가한 듯.
여튼 걸어가는 데 도보로 30분은 족히 걸렸다.
멀고도 험한 뤽상부르 공원으로 향하던 때, 다소 동화스러운 난쟁이 룩을 한 남성이 나를 추월해갔다. 사진에 제대로 표현이 안된 것 같지만, 그의 룩은 처절하게라도 뒷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정도였다. 나무, 난쟁이를 연상시키는 자연에 가까운 빈티지 룩. 특히 가방이 압권이었다. 광산에서 광물 캐 가는 난쟁이 룩의 완성. 정말 멋졌다! 그뿐 아니라, 파리지앵들은 런더너든 누구든 대체적으로 꼬질꼬질하게 다니는 영국인들보다 옷을 훨씬 잘 입었다. 그래서 양해를 구하고 패션 에디터 빙의되어 룩을 촬영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산더미 같았다. 허나 꾹 참았다. 자칭타칭 패션 테러리스트인 엄마도 여기 패션 내 스타일인데? 하셨다(이건 그들에게 칭찬인가 욕인가). 어쨌거나.
우여곡절 끝에 뤽상부르 공원에 입성. 상대적으로 장거리였고, 후반부의 여정이었기에, 공원 입구에 다다르자 저 조각상이 참 반가웠다. 남자들이 먹을 것 구경하러 가든지 말든지, 바로 벤치에 앉았다.
더 좋은 분수 근처 자리로 이동하여 본격적인사진 촬영 시작.
아름다운 공원에서 나와 엄마의 행복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또 동생을 들들 볶아 사진을 꽤나 건졌다. 실은, 동생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면, 얘는 처음엔 츤데레 - 피는 못 속이지 - 처럼 또 귀찮게 구느냐 하지만, 한번 찍기 시작 하면 멈추지 않고 자기만의 작품 세계에 빠져든다. 눈을 감든 말든, 포즈가 이상하든 말든. 사실은 작품 세계에 빠져든다기보다, 내가 하도 사진에 까다롭게 구니까 - 지극히 아마추어인 주제에 기준이 있음 - 되는 대로 왕창 찍고 그 중에서 네가 맘에 드는 거 하나라도 건져라, 는 심보인 걸 난 아주 아주 잘 알고 있다.
근데 이번에는 작품 세계에 진정으로 빠져들었던 것 같다. 다른 때보다 촬영이 더 길어져서 엄마와 나는 포즈를 취하다 웃음을 금치 못했다. 간신히 촬영이 끝나고 봤더니, 뒤에서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은 채 하품 하거나, 주위를 둘러보는 아빠를 우리 모녀와 섞어서 작품을 연출한 것이다. 몇몇은 우리가 배경이고 아빠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보니 썩 재밌는 사진들이었지만, 블로그에 공개하기엔 우리 모두 너무 망가져 있었다.
뤽상부르 공원에 대해서 한마디라도 하자면,
퇼르리 정원이 더 예뻤다는 거? 날씨빨일 수도.
근데 위 사진은 실수였다. 사진에 날짜표시를 설정해두었는데, 몹쓸 NX-300, 아직까지도 신형이라 할 만한 따끈따끈한 미러리스 카메라면서 날짜도 자동으로 설정해놓지 못했다. 언니가 와이파이 자주 안 연결해줘서 그런거니.
다음은 가족들에게 그 나름대로 맞추어 주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쇼핑 생각이 없어서 조금씩 뾰루퉁해지던 나를 위한 엄마의 배려가 빛났던 곳, 몽쥬 약국! 우린 정말이지 너무 무지해서 프랑스 하면 몽쥬 약국이란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같은 숙소 여성 두 분이 신나게 몽쥬 약국 후기를 들려주셔서 알게 됐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프랑스인인데 한국어를 맛깔나게 구사하는 점원 이야기. 그 약국에 한국인 손님이 많아지다 보니 그런 점원이 탄생한 건지, 스카웃 된 건지, 그런 점원 덕에 한국인에게 유명해진 것인진 모른다. 어쨌든 거길 가면 파리에 있는 한국인이 다 모여있다고 했다.
얘기로만 들어도 매력적이게 느껴졌던 그 점원과의 대화를 예로 들면 - 더 치명적인 매력은 그분이 남성,
- 한국인인지 어떻게 알았어요? / 어떻게 알긴, 얼굴에 저 한국인이에요, 대문짝만하게 써 있는데.
- 김남주 오일은 안 필요해?
-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 물어봐, 괜히 헛수고 하지 말고.
등등의 구성진 한국어를 구사한다고 사투리를 쓰시는 여행자 분이 맛깔스럽게 이야기해주셨다. 프랑스의 화장품은 우리 나라에서도 정말 많이 쓰인다. 거기 가면 그 화장품들을 싼 가격에 살 수 있고,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Tax Free도 해준단다. 난 여행 경비가 부모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었기에 무리해서 화장품을 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스킨 로션만 사려고 했을 뿐, 그저 한국말 잘하는 프랑스 점원이 가장 궁금했다.
일단은 몽쥬역에 도착하긴 했는데, 한국어로 이름이 몽쥬 약국인 것 빼고 위치를 몰랐단 걸 역 출구에 나와서 깨달았다. 근데 출구 나가자마자 보이는 약국 안에 한국인이 가득해서, 간판도 보지 않고 그곳이 몽쥬 약국이구나 알았다. 정말 거의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좁은 약국에 한국인 관광객들 가득. 한국인 점원도 꽤 있었는데 모두 사복을 입고 있어 누가 손님이고, 점원인지 파악하는 데 한참이 걸렸고, 그들 모두 너무 바빴다. 한국어 능통한 그 점원을 눈 빠지게 찾아다녔으나, 어느 곳에도 없었다. 할 수 없이 혼자 힘으로 쇼핑 시작. 처음엔 모두 불어로 써있어서, 유리아쥬, 비오템, 비쉬 등 브랜드만 알아 보는 것 외에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근데 자세히 보니 심지어 한국어로 설명이 적혀 있는 종이까지 마련돼 있었다!
점원에게 묻기도 하고, 혼자 연구도 하다 보니 점점 이곳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상상할 수 없는 가격에 점점 흥분됐다. 심지어 아토피를 앓는 나의 남동생은 피지오겔이 싼 데다, 영어가 서툴었던 점원의 친절한 설명에 감복하여 가장 먼저 나서서 바구니를 채우기 시작했다. 가격을 대충 말하자면,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김남주 오일인 눅스 오일은 2개 묶어서 한화 4만원에 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정확히는 몰라도, 한 개에 3만 5천원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유리아주 립밤은 단돈 5유로! 특히나 나를 유혹했던 건 유리아주 미스트였다. 제일 큰 크기로 생각되는 저 제품은 2개 합쳐 7인가 8유로 정도였다ㅠㅠ. 더 작은 미스트 하나도 못 사는 가격... 이렇게 아빠를 제외한 세 사람은 점점 흥분했다, 다시 자제했다를 반복했다. 결국엔 우리의 바구니 또한 처음 들어와서 보고 놀랐던 다른 이들의 바구니처럼 되어 있었다. 솔직히 우리 가족은 네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산 편이었다. 지켜보니 모녀 콤비들이 가장 무서웠다. 똑같은 제품 열댓개를 쓸어 담더라. 곧 한국에 다녀오실 엄마가 지인들께 주실 선물이 필요하단 핑계로 바구니를 가득 채우니, Tax free 받을 수 있는 선도 넘게 되었다. 그치만 나는 무서움에 자제를 너무 많이 해서,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중. 사진으로 다시 보니 정말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다.
이번엔 몽마르뜨르Montmartre 언덕.
언덕 올라가기 직전, 길가에 상점이 많아서 그런지 관광지 느낌이 뚜렷했다. 올라가는 길은 소문대로 행운의 팔찌를 들이미는 흑인들이 대거 포진해있었다. 신기한 점은 우리 가족 넷 중에서 유난히 동생만 잡고 늘어진다는 것. 뭐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수 있긴 했다.
원래 몽마르뜨르를 낮에 가기로 했으나, 몽쥬 약국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전날 바토무슈와 같은 시간대가 됐다. 오히려 나았던 것 같다. 해질녘이 되자 사크레 쾨르 성당Sacred heart Cathedral 바로 앞의 계단에서 흥겹게 버스킹하는 밴드의 공연도 즐길 수 있었고, 아름다운 야경도 감상할 수 있었다.
성당 뒤쪽엔 자유를 즐기는 예술가들의 아지트라는 몽마르뜨르의 명성답게, 그림 그려주는 화가들이 많았다. 추억을 남기고 싶었던 아빠가 기웃기웃 거리자,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아본 어떤 화가 분이 저렴하게 해주신다고 했다. 하지만 그리는 데 1인당 15~20분이라는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된다기에 그냥 포기. 가격도 역시 만만치 않은 데다가.
내가 이곳에선 모두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해서 모두들 독사진 한 장씩 건졌다.
여행기를 쓰다 갑자기 든 생각.
현실이 돼버려서 아무렇지 않게 여길 뻔 했지만, 소중하고 감사한 기회로 여행을 다녀온 걸 안다. 때문에 어떻게든 흔적을 남기고자 게으름 피우지 않고 개인적인 블로그에나마 가벼운 여행기 남기는데, 막상 쓰다보니 정말 일부만 담을 수 있는 것 같다. 조금은 안타깝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사진 너머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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